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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4대강 사업이 강행되고 있다. 자연을 거역한 채 애오라지 성장과 개발의 깃발 아래 야만스런 폭주를 계속하고 있는 토건주의 권력이 자행하는 파괴적 폭력이 아닐 수 없다. 민주적 절차의 까뭉개기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생태계 유린, 지역 공동체와 주민 삶의 파괴, 국가 예산의 왜곡 등을 비롯해 이미 수많은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 터다. 하지만 무엇보다 섬뜩한 것은 인간의 욕심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연을 맘대로 개조하고 변형하고 착취해도 아무 상관 없다는 놀라울 정도의 무감각 혹은 무지다. 생태계의 골간인 강에 인공의 조작을 가해 그 흐름을 바꾸거나 막거나 뒤틀고, 강바닥을 파내고, 온갖 인공의 구조물들을 잔뜩 만들고, 그런 강에 배가 최대한 많이 오가는 것 따위를 더 발전한 것, 더 진보한 것으로 여기는 전도된 가치관이 진실로 근원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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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이런 상황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권력에 저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욱 긴요하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대통령 이명박을 욕하고 비난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자연을 깔보며 돈을 상전으로 모시는 ‘내 안의 이명박’에 맞서 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이 못지않게 ‘내 안의 4대강’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으며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깊이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4대강 사업은 반드시 막아야 하리라. 그러나 동시에 ‘내 안의 4대강’이 경제성장과 지엔피(GNP) 신화, 물신주의, 경쟁과 속도의 논리 따위로 오염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4대강 사업이라는 괴물은 언제라도 다시 출몰하지 않을까?

장성익 <환경과생명> 주간

Posted by llolli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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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작(打作), 가을이 깊어지면 휙휙 돌아가는 도리깨. 나는 가을 들판에서 흔하게 만나는 농부들의 도리깨질을 접할 때마다 ‘최후의 심판’을 떠올리게 된다. 하늘 도리깨질이라 할까. 만일 신이 계셔서 하늘 도리깨로 나를 두드려 턴다면 나는 무엇을 쏟아놓게 될까. 잘 여문 낟알을 쏟아놓을 수 있을 건가. 속이 텅 빈 쭉정이만 쏟아놓게 되는 건 아닐까.

추수 끝난 텅 빈 들판, 나뭇잎들이 다 떨어지고 과실만 매달려 있는 나무들을 보면, 우리는 상실과 이별의 시간이 가까워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순간들을 반추동물들처럼 되새김질해 보게 된다. 만일 우리가 자기 자신을 상실한 채 무엇엔가 쫓기듯 살아왔다면 텅 빈 듯한 공허감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그래, 그렇다. 깻단이 털리듯 하늘 도리깨질이 시작되면, 우리는 근원적 물음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삶의 끝에서 아무도 당신에게 당신이 얼마나 많은 학위를 가졌으며, 얼마나 큰 집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좋은 차를 굴리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 죽어가는 사람이 가르치는 것이다.”(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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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 숭실대 문창과 겸임 교수·시인>

Posted by llolli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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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복잡할 것만 같았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가며 이해하며 즐겨가며... ㅋ
llolli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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